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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조은수/ 모든 이를 어머니 대하듯 하라
동아광장(2014.5.19)

http://news.donga.com/3/all/20140519/63570530/1

인간성은 과연 있는가, 인류 당면문제 어떻게 풀건가
자문하지 않을수 없는 시대
달라이라마 “도덕적 삶 실천”, 유학은 “禮에 맞는 행동” 강조
‘전생에 그들은 내 어머니’
티베트 문화의 윤회 믿음도 자비 실천에 도움돼

조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최근 마음에 위안을 주는 책이 필요했다. 인간성이란 과연 있는 것인지, 우리는 다시 인류에 대한 긍지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 하는 질문들이 내 맘을 괴롭혔다. 세계적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최근 펴낸 책 ‘종교를 넘어(Beyond Religion)’가 위안이 됐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종교 간 또는 민족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종교적 신념에 의한 도덕률이나 초월적 윤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종교를 떠나서 동의할 수 있는 윤리적 원칙을 찾아서 실천해 보자고 제안한다. 자신이 입원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기도가 큰 힘이 되었지만 기도의 힘으로 병이 나은 것이 아니라 의사의 치료가 병을 낫게 해준 것이라면서 말이다. 그는 더이상 종교라는 이름으로, 신앙의 이름 아래 윤리적 삶을 지시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보았다. 종교의 힘보다 과학적 설명과 논리에 기반해 선을 실현하고 도덕적 삶을 영위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현재 인류가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유학(儒學)에서도 인간성에 선(善)한 본성의 단초가 있음을 말하지만 그것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예를 정립하고 예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선시대 유학자 퇴계 선생은 방에 혼자 있을 때조차 갓을 벗지 않고 마치 하늘이 내려다보는 것처럼 몸가짐을 한다고 했는데 그런 노력을 하는 중에 자신의 소소함을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동정심이 자비라는 덕성으로 실체화되기 위해서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을 어머니와 같이 대하라. 전생 어느 때인가에 그들은 우리의 어머니였고, 아니면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라는 티베트 문화에 깊이 깔려 있는 윤회전생의 믿음도 자비를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번은 미국의 어느 절에 갔더니 아이들이 “개구리에게 잔인하게 굴지 마. 한때 네 엄마였을 수도 있잖아”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런 노래를 부르는 것도 하나의 신념 습득 훈련이 될 수 있겠다.

도덕적 행동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왜 그래야 하는지 원리를 이해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것이야말로 교육의 목적이다. 미국 보육원에 갔을 때 모래밭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았다. 상자 속에는 삽, 바구니 같은 장난감들이 놓여 있었다. 4, 5세 정도의 아이들은 서로 재미있는 장난감을 가지려 했다. 교사들은 어떻게 하면 장난감을 나누어 쓸 수 있을까 긴 토론을 시켰다. 결국 아이들은 한 명씩 순차적으로 가지고 놀아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모래밭은 단순한 놀이터가 아니라 합의를 도출하고 훈련하고 실천하는 교육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가 장난감을 가로채버리는 사고가 나면 아이들은 영락없이 선생님에게 보고했다. 해당 아이는 지정된 곳에 일정 시간 앉아 있는 벌을 받았다. 그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인내하고 규칙의 존재를 익히고 권리와 의무의 호환성 법칙에 예외가 없다는 것을 체득했다. 모래밭에서 쫓겨나 우두커니 앉아 손가락을 빨고 있던 아이의 멍한 눈동자가 생각난다. 울거나 요동을 친다면 자존심을 잃는 것이리라. 손가락을 빨아서라도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상황을 받아들이려 노력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0년 전 서울의 초등학교에 갔다가 쉬는 시간에 복도에 아이들이 보이지 않아 교사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그랬더니 복도에서 뛰어다니면 사고를 낸다고 아예 교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쉬는 시간에 운동장은커녕 복도에도 나가지 못한다면 그들이 앞으로 인생에서 경험할 각종 스트레스 상황을 이겨낼 힘을 어떻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명상수행자이자 교육자인 수미 런던 씨는 세 아이와 저녁 시간에 간단한 예불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향에 불을 붙이고 작은 종을 치는 일을 맡긴다. 방과 후에는 아이들이 집에 오면 서로를 껴안고 가만히 그 느낌에 집중하는 ‘안기 명상(hugging meditation)’을 한다. 이런 훈련이 쌓이면 아이들이 살면서 결국은 당면할 욕망 분노 갈등 등의 어려움을 다스려 낼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생긴다고 그는 믿는다. 어떤 인생을 추구하고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하는 삶의 질은 어떤 것인가에 큰 질문을 해봄 직한 요즘이다.

조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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