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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균] [시론] 세계 경제위기 배후는 '과잉생산'
[경향신문] 2009-01-13

작년 여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발발로 시작된 금융위기는 이후 세계적 수준의 금융위기로, 그리고 올해 들어와서는 세계적 수준의 '실물경제' 위기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위기 발발의 직접적인 원인은 '금융적 축적'의 극대화를 추구한 금융자본의 운동 및 이런 방식의 자본축적을 적극 지원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곧장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것은 198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진척된 '금융적 세계화'로 인해 미국계 초국적 금융자본의 헤게모니 아래 세계 각국의 금융 산업이 긴밀히 연동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금융위기는 많은 은행, 금융기관들의 파산과 투자자들의 자산 손실을 초래하므로 불가피하게 '실물경제'의 위축을, 그것도 각국의 국민경제가 세계경제에 깊숙이 통합되어 있는 오늘날의 조건 속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실물경제' 위기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시각을 이런 측면에만 고정시키면, 현 시기 미국 발 세계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 역시 금융위기를 초래하게 만든 자본의 과도한 금융적 축적 추구와 이를 지원한 정부정책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어떤 이들은 '시장의 실패'를 초래한 금융자본에 대한 정부의 감독과 규제의 강화 등을, 이와는 정반대로 어떤 이들은 '유동성의 과잉 공급'과 같은 정부의 부당한 시장개입 철폐 등을 위기의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과 정부를 대립 항으로 놓는 이런 견해들은 시장의 성공이 시장이 성공하는 데 기여한 정부의 성공과 함께 가듯 시장의 실패 역시 정부의 실패와 함께 간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그런데 '화폐시장에서 공황으로 나타나는 것은 사실은 생산과정 및 재생산과정 자체에서의 비정상을 표현한다'(칼 마르크스 자본론Ⅱ). 실제로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는 미국 중앙은행이 2004년 금리를 6%에서 1%로 내리면서 공급한 자금이 주택산업으로 몰리고, 그것이 주택가격의 폭등과 주택 담보대출의 폭발적 증가 및 주택의 거대한 과잉공급을 초래한 것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의 배후에는 주택산업이라는 '실물경제' 부문의 거대한 과잉생산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당시 공급된 자금이 왜 하필이면 주택산업 쪽으로 몰렸을까? 이는 무엇보다 제조업 부문에서 자본이 더 이상 적합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그리고 이윤율이 이미 거의 최저점에 가까운 수준까지 떨어진 데다가 생산을 조금만 늘려도 금방 과잉생산 위기를 불러올 정도로 (미국만이 아니라 모든 선진국들에서) 자본이 이미 심대한 '과잉축적' 상태에 빠져 있었고, 이로 인해 정부가 금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도 주택산업 등을 경기부양의 주 대상으로 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산업자본은 이미 심대한 과잉축적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와 관련,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점은 장기적으로 보면 자본주의의 발전이 '자본 간 경쟁의 비의도적 결과'로서 산업자본 부문에서 '평균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를 수반한다는 점, 그런 가운데에서도 투자의 증대가 가져오는 이윤총량의 증대를 통해 이윤율의 저하를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평균이윤율이 아직 상대적으로 높은 국면에서는 투자가 활성화되어 장기적인 고도성장 국면 내지 장기호황 국면이 조성되지만, 그렇지 않은 국면에서는 투자가 둔화되어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 내지 장기불황 국면이 도래한다는 점이다. 미국 자본주의의 헤게모니 하에서 조직된 전후의 세계자본주의는 1974~75년의 경제공황(과잉생산위기)을 기점으로 장기불황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80년대부터 세계적 수준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는 한편으로는 '산업적 축적'의 어려움을 '금융적 축적'을 통해 타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유연화와 임금 감축 등을 통해 이윤율을 높이기 위한 자본과 권력의 대대적인 반동적 공세였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공세는 한편으로는 임노동에 대한 착취를 강화시켜 과잉자본의 퇴출을 방해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들 간의 경쟁을 격화시켜 이윤율의 저하 경향을 방지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오늘날에 이르러 거대한 금융팽창이 심대한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고, 대중에 대한 그동안의 신자유주의 공세가 대중의 소비력을 극도로 위축시킴에 따라 금융위기를 뒤잇는 과잉생산위기를 더욱 파괴적이고 괴멸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세계적 대공황은 전후 자본주의의 장기불황 국면의 최종단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과잉생산위기이다. 내가 보기에, 이 공황은 1930년대의 대공황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이 공황은 추후 늦든 빠르든 진정되겠지만, 그 이후에도 세계자본주의는 장기적인 경제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중의 유효수요 창출을 목표로 하는 좌파 케인스주의적 개입이 대대적으로 이뤄진다면, 대중의 고통은 일정하게 완화되겠지만 '과잉자본의 폐기'라는, 자본축적에 대해 공황이 수행하는 순기능의 작동은 크게 방해받게 된다. 경제공황 국면에서 대중의 요구는 '위기 부담을 민중에게 전가시키지 말라!', '자본과 부자가 아니라 민중을 구하라!'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요구를 실현시키려면 케인스주의의 한계를 넘어서 나아가려는 대중적 의지의 광범위한 결집과 결연한 표명이 요구된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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