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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우희종 / 구제역 사태에 대한 정치권의 몰상식
한겨레 신문
기사등록 : 2011-02-22 오후 07:09:39  기사수정 : 2011-02-23 오전 11:57:14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64681.html


[세상읽기] 구제역 사태에 대한 정치권의 몰상식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구제역 피해는 계속 커지지만, 정부와 여권의 발언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대국민 홍보용 발언과 속내를 드러내는 발언이 교차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출신인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침출수는 유기물이니 퇴비로 만들어 재사용하면 문제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의 비현실성은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솔직하게 드러낸 현 정권의 속내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정운천 최고위원의 말이 현실적이라면 축산폐기물은 더 이상 문제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소와 돼지 등에서 나오는 분뇨로 인한 환경오염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의 말처럼 대부분 유기물인 축산폐기물은 환경문제를 가져오고 현실적으로 바다에 폐기하고 있다. 유기폐기물을 재활용 퇴비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지만, 기술이나 시설 확보 등 측면에서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에 있는 두 인사의 발언은 일단 현장의 고통과 너무도 거리가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또 국가 재난 상태 앞에서 너무도 쉽게 상반된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의 모습도 보여줬다.

김 원내대표는 정 최고위원에 비해 상황의 심각성을 잘 지적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는 ‘수출을 20억원밖에 못 하는 축산업에 3조원을 퍼붓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농업문제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 발언이 그런 상황을 발생시킨 원인이 무엇인지 살피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비판의 맥락에서 나왔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발언은 국내 축산업 비중을 폄훼하는 취지였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뿐만 아니라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내용을 들여다보면 분명해진다. 경제 논리에 의거해 국내 양돈산업마저 전면적으로 포기한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맥락상 불필요한 수입 쇠고기 칭찬까지 곁들여, 앞으로 다가올 식량전쟁에 대비해, 기본적인 자국 식량 확보에 힘써야 할 현세대의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마저 방기했다.

이런 책임회피와 더불어 상황에 대한 관점이 경제 논리에만 근거하고 있고, 국민 안전과 생명권에 대해서도 무지한 것은 너무도 아쉽다.

김 원내대표가 마치 축산으로 인해 드는 비용처럼 말한 3조원은 기본적으로 축산이 아니라 전 국민의 안전과 생태계 유지를 위한 사회재난 비용이다. 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할 위치에 있는 정치인인 이번 상황을 단지 수출 못하는 축산업만의 문제로 돌려버렸다. 이번 사회재난 상황을 단지 사회약자에 돌리거나 축산인들에게 돌리려 하는 태도이다. 이는 과거 미국 쇠고기 완전 개방으로 인해 발생했던 혼란 상황과 비슷하다. 제대로 된 먹거리를 수입해야 할 정부 책임은 저버린 채 오히려 소비할 사람들이 선택할 문제라는 무책임한 통치권자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정부가 구제역 발생 원인을 외부 탓으로 돌리기 위해 국제 공인 검증기관의 과학보고서도 무시한 채 왜곡 발언을 계속해 온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분명히 검토해야 할 부분은 방역이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구제역 전파의 책임을 베트남 여행객한테 돌리는 발언을 계속적으로 했다. 하지만 국제 공인기관은 이와는 다른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유 장관이 수의학자가 아닌 이상 보고받은 방역기관의 전문가 의견에 따랐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방역 담당기구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는 한 특정 전염병의 발생 상황에서 제대로 된 방역 실시는 불가능하다.

과학적 원인 분석과 그에 의한 철저한 방역이야말로 전염병 퇴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다. 영국, 대만은 물론, 지난 주말 방문했던 일본의 국립동물위생연구소에서도 확인한 바처럼 일본에서의 사태는 거의 100년 만에 발생한 동북아형 구제역이다. 이에 대해 내린 일본의 정밀한 역학조사 결과는 ‘주변국으로부터 유입했을 것으로 의심은 되나 최종적인 발생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일본이 한국처럼 공항에서 방역 소동을 벌이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솔직한 과학적 자세야말로 제대로 된 방역의 첫걸음이다.
 
 


우희종 / 사회재난, 한국과 일본의 경우
우희종 / 정부의 화려한 구제역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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