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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우희종 / 사회재난, 한국과 일본의 경우
한겨레 신문
기사등록 : 2011-03-15 오후 08:08:29  기사수정 : 2011-03-16 오전 08:58:24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68193.html

[세상 읽기] 사회재난, 한국과 일본의 경우 / 우희종

최근 한국과 일본은 사회재난 사태를 맞이했다. 한국은 구제역이라는 생물학적 재난으로서 수백만마리라는 가축의 생명뿐만 아니라 방역인원의 희생까지 발생한 사회재난이었다. 일본은 지진에 의한 해일과 원자력발전소에 의한 방사능 유출도 발생했다.

구제역과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으로 시작된 사회재난이지만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엔 사람의 몫이 있다. 한국에서는 신속한 초동방역에 실패했다. 또 구제역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한 적절한 방역대책을 적용하지 못해 대량의 동물이 생매장됐다. 환경오염 및 막대한 처리비용이 예상된다.

이 사태에서는 무엇보다 방역당국이 국제인증기관에서 확인한 유전자 분석 자료를 철저히 무시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정황이 드러나면서 궁색해진 방역당국은 ‘중요한 것은 역학조사고 병원체의 유전자 정보는 2차적인 것’이라는 너무도 비과학적인 변명을 한다.

범죄자가 몇년 만에 유전자 검사로 붙잡히고, 법정에서 친자 확인에 유전자 정보가 활용된다. 마찬가지로 전염병 발생 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병원체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질병 발생과 전파 경로를 추적하는 역학조사를 한다. 국제적 법정전염병이 발생하면 해당국은 즉시 국제인증기관에 병원체를 보내 유전자 구성을 확인하고 이 정보가 국제간 방역 자료로 활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그해 4월에 발생한 강화형과 유사하다는 국제인증기관의 보고서가 이미 지난해 11월30일에 나왔다. 겨울이 되면 독감이 다시 유행하듯 봄에 강화에서 유행했던 구제역이 초겨울이 되어 다시 안동에서 유행한 것임을 말해준다. 이는 지난해 봄 강화에서의 방역대책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시 적용했던 살처분 방식만으로는 이 병원체를 막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불행히도 담당 부처는 이 과학 자료를 무시했다. 단지 외국여행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번 상황의 원인을 그에게 떠넘겼다. 하지만 해당자의 목장보다 먼저 양성반응이 확인된 주변 농가가 있었다. 더욱이 그의 농장에서 구제역 발생은 없었다. 근거 없이 외국여행자를 지목해 책임을 모면하려 한 방역당국 때문에 무고한 농민만 억울하게 됐을 뿐 아니라 주요 방역대처가 공항에 집중되고, 무력한 살처분만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재앙이 벌어진 것이다.

과학적인 유전자 정보를 존중하고 방역대책을 세웠다면 좀더 빠른 예방접종을 실시하여 대규모 동물 살처분을 막을 수 있었다. 역학조사에 비해 유전자 정보는 2차적이라는 방역당국의 해명은 평소라면 무식의 소치라고 하겠지만 사회재난 상황에서는 범죄에 가까운 발언이다.

사회재난에 있어서 다양한 재해 대응지침이 눈에 뜨인 일본이 있다. 완전하진 못해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정부와 이런 정부에 대한 신뢰는 사람의 생명이 직접 피해를 받는 상황에서도 의연히 질서를 지키는 국민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국은 사회재난 상황에서 졸속 사후대처뿐만 아니라 책임회피를 위한 정부의 변명으로 일관했다. 유전자 정보를 무시하면서 무엇을 근거로 역학을 하는지 알 수 없고, 국제인증기관에서 유전자 분석이 왜 요구되는지도 모르는 정부다. 이렇게 언제나 사회 약자에게 책임을 돌리며 궁색한 변명만 하는 정부를 신뢰하기는 불가능하다.

언제고 자연재해는 우리에게 올 수 있고, 모든 것이 바람과 함께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일본과 같은 정부와 국민이라면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한 이웃나라 일본이 다시 설 것을 확신한다. 문제는 우리다. 정부가 사회재난 상황에서마저 책임회피만 할 때 우리의 해는 결코 떠오르지 않는다.

이는 2008년 100만의 촛불로도 국민의 안전이나 생명에 대해 성실하게 책임지는 정부의 모습을 살리지 못한 우리의 몫이기도 하지만,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부를 만들지 못하는 현 정권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는 않다. 정권은 국민의 신뢰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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