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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한정숙 / 반값 등록금론, 좋은 계기다
등록 : 20110526 19:00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79894.html


[세상 읽기]  반값 등록금론, 좋은 계기다 / 한정숙


언제 어떤 통로로 들은 이야기였을까? 우리는 양지 녘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아무 얘기나 재잘거리던 초등학교 2학년짜리 시골아이들이었다. 한 친구가 “우리 오빠는 홍익대 미대 다녀”라고 했을 때 다른 친구가 잘 안다는 듯이 “미대는 홍대가 좋지”라고 말했다. 다른 일로 기분이 조마조마해 있던 앞의 친구는 오빠 덕분에 얼굴이 밝아졌다. 어떤 대학이 어떻고 다른 대학은 저떻고 하는 이야기는 한국인들이 숨쉬는 공기요 일용하는 밥 같은 것이었을까. 그러니 티브이도 신문도 보지 않던 농촌 꼬마들도 그걸 졸졸 외워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그런 것 같다. 대학교육은 한국인들에게 신앙의 대상 비슷한 것이다. 대학별로 학과별로 순위까지 매기는 관행은 일부 언론이 부추겼지만 그 바탕에는 이 열렬한 ‘대학 숭배’에 대한 시장분석이 깔려 있다. 적어도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는 모든 이가 대학에 대해 말한다. 그런데 대개는 딱 거기까지였다. 대학에 입학한 학생도, 학부모도, 일반 국민도 정작 대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했다. 등록금을 내라고 하면 내고, 올린다고 하면 올리는 줄로만 알았다. 농민들이 소 팔아 자식의 등록금을 낸다고 해서 대학이 우골탑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기는 했을망정, 등록금을 내리라는 사회적 운동이 전개된 적은 없었다. 한국은 유례없이 높은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지만, 정작 고등교육 정책은 부재한 사회였다. 대학 정책은 대학입시 정책이었고, 입시문제를 제외하면 대학과 관련된 문제가 공론의 대상이 된 적은 없었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대학 등록금은 극히 소액이되,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학생은 생활비까지 지원받는다는 사실에도 거의 눈길도 돌리지 않았다.

이제 사회적 변화가 이런 침묵을 용납하지 않게 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국민소득과 비교해서도, 비용 대 수익이라는 면에서도, 한국 대학교육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지난번 대선 때 반값 등록금 이야기가 나왔지만 일종의 빈말 공약처럼 되었다. 그런데 4·27 재보선에서 패한 뒤 집권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가 다시 반값 등록금론을 들고나왔다. 야당에서는 일찌감치 이 구상을 내놓았던 터라 대체로 환영하지만, 비현실적 구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청와대는 이를 아예 무시하였고, 보수세력 일부는 ‘표(票)퓰리즘’이라 명명했다.

작년 기준으로 대학 전체의 등록금은 15조원이 넘는데,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면 7조∼8조원 정도의 지원을 정부가 하게 될 것이다. 반값 등록금에 원론적으로는 찬성하면서도 그 실현 가능성을 회의하는 쪽에서는 몇 가지 이유를 댄다. 우선 감세 철회 없이 이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학교 무상급식에조차 극구 반대하는 정치인들을 포함하고 있는 정당에서 갑자기 다시 꺼낸 정책인 만큼 이번에도 총선 대비 입발림용으로 내놓은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부실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논의도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 들어가고 있는 몇십조원의 비용과 후속 유지비용 등을 생각하면, 교육복지를 위한 몇조원의 예산은 마음만 모은다면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젊은이들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 돌리면 어떨까 한다. 부실대학 문제는 따로 생각해야 한다. 부실대학을 지금껏 방치하다가, 반값 등록금 문제가 나오니까 이에 대한 반대 근거로 부실대학 장애론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하튼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론은 고등교육이 본격적으로 정책과 공론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학부모들이 고등교육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그 의견을 투표에 반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고등교육의 공공성 및 교육복지의 강화, 신자유주의 아래 대학의 존재방식과 대학교육의 방향, 일방적인 국립대 법인화 정책의 문제점 등 고등교육 정책의 중요한 쟁점들이 모두 공론의 장에서 치열하게 논의될 수 있었으면 한다.

한정숙 서울대 교수·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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