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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조국][세상읽기]인디고 서원을 아시나요?
[한겨레]2007-10-29

오늘은 대놓고 한 서점의 선전과 광고를 하고자 합니다. 최근 저는 사람·지식·돈이 다 모여 있다는 서울에는 없는 보배 같은 곳을 지방에서 접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바로 부산 남천동에 있는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서점인 ‘인디고 서원’입니다. 대표 허아람씨를 비롯한 운영진들은 여기서 청소년들을 위한 독서토론 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입시용 교재와 문제집을 파는 곳이냐고요? 아닙니다. 인디고 서원은 대학입시용 서적을 전혀 팔지 않으며, 인문사회과학 서적만을 판매합니다. 대학입시용 논술과 면접대비용 과외를 진행하는 곳이냐고요? 아니랍니다. 전적으로 인문사회과학적 식견을 넓히고 그에 따른 실천을 하기 위한 문화운동이 피어나는 곳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인문사회과학 학자들도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상태에서 인디고 서원 사람들은 16년간 꾸준히 이 일을 했습니다. 참여 학생들의 고민과 공부는 착실히 영글어 최근 세 권의 책으로 열매를 맺었지요. 나아가 인디고 서원은 국제연대 활동에도 나서 네팔의 청소년 운동과 연대하고 있으며, 영문잡지도 발간하였습니다.

중·고교생은 대학입시에, 대학생은 취업시험에 속박되어 버리고, 대학가 인문사회과학 서점도 영업난으로 잇달아 문을 닫고 있는 점을 생각할 때 인디고 서원의 활동은 놀랍습니다. 지방은 서울보다 문화적 조건이나 수준이 낮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디고 서원의 활동은 이런 편견을 깨뜨렸습니다. 새로운 운동의 영역을 열어나갈 때 대학교수나 전문가 몇몇을 끼우려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디고 서원은 이들의 도움 없이도 훌륭한 모범을 만들었습니다.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경고가 나온 지 오랩니다. ‘정부의 지원 부족이 문제다’, ‘신자유주의적 사회분위기가 문제다’라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인디고 서원의 성취는 어려운 조건에서도 인문학적 사고와 활동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하게 만듭니다. 위기에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세상을 변화시키고, 부족한 점은 연대를 통하여 메워내고 있는 인디고 서원 청소년의 모습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희망입니다.

고금을 막론하고 인문학의 존재 의미는, 당대의 체제와 지배적 사고를 추종하지 않고 그에 대한 근본적 비판을 수행하고 새로운 전망과 사고틀을 제시하는데 있습니다. 이런 과제는 항상 어려웠습니다. 인문학의 위기가 단지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의 취업의 위기로 좁게 해석된다면, 이 위기 극복의 길은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역사발전을 추동했던 도저한 인문학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과거 서울대 근처에는 ‘광장서적’이란 인문사회과학 서점이 있었습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민주화운동을 하던 시절 운영했던 곳이지요. 당시 많은 서울대 학생들이 이 서점에 모여 책을 읽고 소식을 교환하면서 ‘밀실’이 아니라 ‘광장’에 나가기를 도모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광장서적’에는 여성잡지와 각종 수험서적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이것이 아쉬운 것은 저만의 회고벽 때문인가요?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주체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앞으로 인디고 서원이, 그리고 이 서원 같은 서점이 많이 생겨서 ‘광장서적’이 해낸 몫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인디고’라는 이름이 상징하듯이, 이 서원에 모인 사람들이 ‘청출어람’의 ‘쪽빛’을 만들어내길, 그리고 이런 운동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길 또한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이 서원 건물의 뒤편 작은 마당에 작은 숲을 만들려고 하고 있으니, 다들 나무 한 그루씩 기증하면 어떨는지요?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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