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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조국][세상읽기]일본 노벨상 수상자 강연의 교훈
[한겨레]2007-11-19

지난 10일 공무차 일본 도쿄대 창립 130돌 기념식에 참석했다. 기념식 첫머리에 도쿄대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 세 사람, 즉 197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에사키 레오나,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 200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고시바 마사토시의 강연이 있었다. 세 노현인(賢人)의 강연이 국경을 넘어 많은 시사를 주었기에 이를 공유하고 싶다.

먼저 에사키 교수는 군국주의와 전쟁으로 말미암은 처절한 현실을 경험하면서 이를 초월하는 세계를 탐구하고자 물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번득이는 재기를 드러내던 그는 폭격으로 학교 근처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던 바로 다음날, 여느 날처럼 실험실에 나와 묵묵히 강의와 실험을 진행한 자신의 스승을 숙연하게 회상했다. 또한 그는 남이 밟고 지나간 길을 찾지 말고 길이 나지 않은 “숲 속으로 뛰어들어라”는 전화기 발명가 벨의 말을 인용하며 학문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다음으로 오에 작가는 패전 당시 자살을 강요당한 오키나와 사람들의 집회에 참석했다가 극우파로부터 비난을 당한 일을 언급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보편, 개인,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하는 그의 육성을 들으니, 왜 그가 군국주의와 집단주의에 대하여 예리한 필봉을 휘둘러 왔는지 실감이 났다. 과거 노벨상을 받는 자리에서도 그는 전쟁 책임을 회피하는 자신의 조국을 강력 비판하고 평화체제를 유지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강연에서 그는 학문의 세분화 경향을 비판하며, 학문이 지식의 소통과 통합에 기여해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고시바 교수는 대학 시절 가난하여 돈을 벌어야 했기에 물리학과를 졸업할 때 성적이 거의 꼴찌에 가까웠고, 연구를 할 때에도 항상 예산 부족에 시달렸지만 낙관과 근성으로 연구를 계속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도쿄대 입시에서 시험성적은 좋지 않지만 물리연구에 대한 자질과 열정을 보여준 학생을 뽑았는데, 이 학생이 이후 훌륭한 성과를 산출했고 지금은 도쿄대 교수를 하고 있다는 에피소드도 들려주었다.

이번 강연은 도쿄대가 각각 ‘천재 같은 천재’, ‘비판적 지성’, ‘둔재 같은 천재’를 뽑아 길러냈고, 그 성과 위에 현재의 일본이 서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대학은 어떤 사람을 뽑아 어떻게 키워내야 하는가, 학자는 어떠한 자세로 살아야 하며 대학 내에서 학문연구의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그리고 사회의 다른 기관과 구별되는 대학의 고유한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가 등 여러 난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가는 데 좋은 화두를 제공했다.

대학 개혁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다. 전국에 설립되어 있는 수많은 대학이 각자의 비전과 능력에 따라 특성화되지 않는다면 발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예컨대 전국의 대학 체제를 연구중심, 교육중심, 실무중심 등으로 재편하고, 이에 맞추어 각 대학은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 개혁은 기업 구조조정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대학은 기업과 다른 가치를 가르치고 배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대학이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급급하고 취업을 위한 실용교육에 매몰된다면 우리 사회의 장기적 발전의 토대는 허물어질 것이다. 장기적 전망에 따른 깊은 연구를 고무하고 지원하는 일, 파편화된 지식 전달을 넘어 종합적·창의적 지식을 산출하는 일, 모두가 건드리기 두려워하는 사회의 환부에 메스를 들이대는 지성을 키우는 일 등 대학 본연의 사명을 잊지 않을 때만, 우리나라도 노벨상 수상자의 강연을 듣는 대학의 개교기념식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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