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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조국] <시론> '위법수집증거 불인정' 판결 의미
[경향신문]2007-11-21

온 나라가 김경준 전 BBK 대표의 입국에 관심이 쏠린 지난 15일, 현행 수사 방식을 크게 바꾸어놓을 판결이 대법원에서 내려졌다. 사건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김태환 제주도 지사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선거운동을 기획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사는 도지사 정책특보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그 방으로 들어선 도지사 비서관이 들고 있던 여러 서류를 압수했다. 이 서류는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물이 되었다. 그런데 이 서류는 영장에 압수할 물건으로 명기되어 있지 않았고, 영장 제시와 집행에 관한 사전통지가 없었으며, 압수 목록 작성.교부도 법을 위반해 이루어졌다.

이에 대법원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기본적 인권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밝히고, 피고인의 유죄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1968년 이후 대법원은 위법수집증거라고 하더라도 그 증거의 성질과 형상에는 변함이 없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인정해왔다. 그런데 약 40년 만에 대법원은 입장을 바꾼 것이다.

수사 절차의 위법 때문에 일단 유죄 판결이 파기된 김지사 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은 앞으로 수사하기 어려워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대법원은 선거사범의 손을 들어준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위법 수집 증거 배제를 원칙으로 채택한 것일까? 위법하게 수집했으나 신빙성 있는 물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해야 하는가 여부는 전 세계 형사사법과 학계가 안고 있는 난제이다. 만약 위법수집증거를 배제하면 유죄자가 석방되는 불합리가 발생할 수 있지만, 반면 만약 위법 수집 증거를 배제하지 않는다면 수사기관에 의한 불법행위는 묵인 또는 조장되고 헌법과 법률의 요청은 공허한 장식품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형사사법의 효율성과 범죄인 필벌사상만이 강조되었기에 위법 수집 증거는 아무 거리낌 없이 증거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수사기관의 역할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범인을 잡아도 좋다는 관념은 설 땅이 사라졌다. 대신 수사기관의 헌법과 법률위반을 통제하지 않으면 시민의 인권과 프라이버시는 위태로워진다는 의식이 공유되어 있다. 이러한 변화가 대법원 입장 변화의 근저에 깔려 있다.

위법 수집 증거 배제 법칙을 채택하면 특정 사건의 피고인이 석방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법칙을 '친범죄인' 법칙이라고 비난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시민은 언제나 피의자.피고인이 될 수 있는 '예비범죄인'이기에, 이 원칙은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법칙이다. 이번 판결은 김태환 지사에 선거법 위반을 두고 내려진 것이지만, 이번에 확립된 원칙은 향후 모든 압수.수색에 적용된다. 이제 수사기관은 철저한 교육을 통하여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때 그 대상이 더 구체적으로 명기되도록 하고, 압수.수색 절차에서 법률이 요구하는 사항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안이하게 영장을 청구하거나, 영장집행시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소중한 증거물이 재판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또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지사 측도 이번 판결 앞에서 기고만장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지사가 다음번 선거에도 유사한 불법선거를 도모한다면, 이제 법절차를 준수하는 압수.수색이 이루어질 것이고 그에 따른 유죄판결이 내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국
서울대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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