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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이재인]지역구의원 여성 30% 공천을
[동아일보]2008-01-19


대선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총선 일정이 바짝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권이 교체되고 국회까지 새로 구성되는 해여서인지 나라 안에 청신한 기운이 감도는 듯하다. 한 사회의 발전을 가늠하는 지표들을 떠올려 보며 목표를 가다듬고 각오를 다지기에 맞춤한 때이다. 일례로 남녀평등 사회로의 이행은 얼마만큼 온 것일까. 대표적인 국제비교지표인 남녀평등지수(GDI)를 보면 한국은 140개국 중 25위라서 대충 체면치레를 한다. 문제는 남녀권한척도(GEM)인데 93개국 중 64번째로 여전히 낮다.

남녀권한척도는 의회여성점유율과 고위 관리직 여성비율, 전문기술직 여성비율, 그리고 남녀소득비의 네 항목으로 평가한다. 남녀평등지수에 비해 좀 더 정치 경제 부문에서의 여성의 진출 정도에 초점을 맞춘 지표다.

우리가 53위를 기록한 것은 주로 의회여성점유율(13.4%)이 너무 낮고 고위 관리직 여성비율(8%)은 더 형편없다는 데 기인한다. 대부분의 서구 선진국은 두 항목에서 대체로 30∼40%대를 기록한다. 우리는 20%대도 요원하니 남녀권한척도가 낮게 나오는 것이다.

이제는 여성의 사회참여가 많이 활발해지고 성차별적 선입견도 희미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이 희소해지는 현상이 여전하다. 이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공천 이야기가 나오는 이 시점에서 할 일은 여성 국회의원 비율을 높이는 일이다.

최근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도 꽤 제고된 것이 사실이다. 국회의 경우 2004년 총선부터 실시한 이른바 지퍼식 비례대표 공천제 덕분에 16대에서 15명 안팎이던 여성 의원이 17대에선 39명으로 늘었다. 지방의회의 사정도 비슷하다. 비례대표 공천에 여성할당제를 처음 실시한 2006년 선거 결과 3.4%이던 여성 의원 비율이 14.5%로 늘어났다. 이렇게 보면 한국 정치의 현재 과제는 지역구 공천에서 여성의 비율을 높이는 일로 귀결된다.

정당에 따라서는 지역구 공천에서 30% 할당을 당헌으로 정해 놓은 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의 역사적 과제 중의 하나는 여성 공천 확대라고 본다. 물론 지역구 공천은 당연히 민주주의적 절차에 따라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후보의 객관적 경쟁력은 물론 상대당 후보의 비교우위나 민의의 향배, 그리고 정당의 전략적 배치가 모두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제고를 위한 여성할당제 도입만이 지상과제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남성동맹의 위력을 과시하며 성별에 대한 특수한 고려 없이 공천한다면 그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처사다. 그렇게 하면 한국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지역구에서 여성 후보의 공천을 늘리는 방안을 제안해 본다. 예컨대 인구 밀집지역으로 갑, 을 혹은 갑, 을, 병으로 분구가 돼 있는 지역에서 최소한 한 자리 이상을 여성에게 공천해 보는 것이다. 또 지역이 넓어 다수의 의원을 가질 수 있는 시군구에 여성 의원 공천을 할당하는 것이다. 날로 성장하는 여성계 인물을 과감하게 전진 배치해 여성 30% 할당제를 실천에 옮긴다면 우리 사회는 한층 성숙한 양성평등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이재인 서울대 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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