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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여정성][소비일기] “일단 써 보세요”의 함정
[동아일보]2008-01-23

《‘따르릉.’ 전화가 울립니다.“안녕하세요, 고객님!○○○입니다.”
듣지 않아도 내용을 알 것 같아 금방 짜증이 납니다. 하지만 이 사람도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건데 싶어 차마 끊지 못한 채 듣고 있습니다.》
“고객님께서는 현재 저희 회사의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하시지요?”
“그런데요.”(성의 없이 답합니다)
“고객님께서 사용하시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더해 케이블방송까지도 볼 수 있는 상품이 나왔습니다. 3개월 동안 무료인데 사용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아니요.”(역시 답변이 시큰둥합니다)
“전혀 비용이 들지 않는데 한번 해 보시지요? 정말 좋은 기회인데….” 그러고는 쉴 틈도 없이 줄줄 설명이 이어집니다.

“저, 저기요, 싫은데…. 나중에 바꾸려면 괜히 복잡하기만 해서요.” 확실히 답했는데도 멈출 기미가 없습니다.

“어머, 취소하는 거 간단해요.”
“아니요, 정말 됐습니다. 그럼, 끊습니다.” 꽝! 전화기를 내려놓고는 혼자서 씩씩거립니다. “내가 한두 번 고생했나!”
새로 나온 상품을 소개하려면 여러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지만, 요즘은 유난히도 ‘일단 써 보라’는 식의 접근이 많습니다. 일 년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신용카드, 한 달은 무료로 쓰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해도 된다는 헬스기구 등.

이런 새로운 형태의 구매 권유는 소비자들로서는 색다른 구매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도전’입니다. 마치 아무런 비용도 없는 듯 보이지만, 실은 숨겨진 비용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우선 더 쓰지 않으려면 해당 회사에 전화를 걸어 장시간 실랑이를 해야 합니다. 게다가 언제든지 반품해도 된다더니 막상 반품을 하려면 이런저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비용은, 조금만 쓰다 취소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도 쓰다 보면 결국 계속 쓰고 싶어진다는 것입니다. 없었을 때도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던 상품인데도! 하긴 그러니 그토록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판촉을 하는 것이겠지요.

오늘 남편 앞으로 도착한 우편물 중에 새로운 신용카드가 있습니다.

“어, 당신 S카드 신청했어? 다른 카드도 있잖아?”
“응, 1년 동안 공짜라던데, 그래서 그냥 했지. 1년 뒤에 취소하면 되지 뭐.”
어이구, 어디 안 잊어버리고 1년 뒤에 취소하나 보자!
여정성 서울대 생활과학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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