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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여정성][소비일기] 비닐봉투 안쓰고 할인받고…장바구니 만세!
[동아일보]2008-02-13

지난주엔 설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대형마트에 갔습니다. 잔뜩 계산대 위에 올려놓으니 언제나 그렇듯 판매원이 묻습니다. “쇼핑백 필요하세요?” 그러나 다른 날과 달리 제가 아주 뿌듯하게 대답합니다. “아니요, 가져왔는데요!”
빈손으로 장을 보러 와 쇼핑백을 구입할 때면 장당 50원이지만 괜히 낭비하는 것 같아 겸연쩍은 생각이 들었지요. ‘이 쇼핑백은 나중에 꼭 다시 가져와서 환불해 가야지’ 하고 마음먹곤 했거든요. 때로는 ‘쇼핑백도 집에서 필요할 때가 많다’며 슬쩍 합리화도 하지만 사실은 버리는 쇼핑백이 꽤 많지요.

오늘은 쇼핑백을 몇 장 직접 챙겨 왔더니 왠지 마음이 가볍습니다. 그런데 다시 판매원 아가씨가 묻습니다. “장바구니는 아니지요?”
“예? 담아가려고 가지고 왔는데….”
“아니요, 쇼핑백 말고 장바구니요. 장바구니를 가져오시면 일정금액을 할인해 드리거든요.”
“어, 정말요? 그런 제도가 있어요?”
그리고 어제, 직접 장바구니를 챙겨들고 갔습니다. 계산하면서 제가 먼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저 장바구니 가져왔는데요.”
아가씨가 묻습니다.

“몇 개세요?”
“예? 몇 개라니요?”
“한 개에 50원씩, 세 개까지 할인이 되거든요!”
장바구니 할인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정말 훌륭한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환경친화적 소비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의논할 때 “쇼핑백 50원이 과연 큰 인센티브가 될 수 있겠느냐”며 매우 회의적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제가 간과한 것은, 비록 비닐봉투 하나 덜 쓰는 아주 조그마한 일이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조금은 환경에 보탬이 되는 일에 동참했다는 기분 좋은 마음을 계산하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절약할 수 있는 금액’만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이제는 거기에 ‘장바구니 할인’이라는 또 다른 인센티브가 보태졌네요.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은 비록 100원에 불과하지만, 왠지 내가 가져온 사회적 효과는 훨씬 더 클 거라는 생각에 뿌듯함이 듭니다.

다음엔 여기저기서 받았지만 집안 구석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장바구니를 꼭 세 개 챙겨가지고 와서 세 배로 할인을 받아야겠습니다.

그런데 가만, 그렇게 되면 장바구니 세 개를 채우느라 쓸데없는 물건을 많이 사게 되는 거 아닌가?
여정성 서울대 생활과학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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