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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여정성] [소비일기] 유료주차장 車사고 소비자 책임?
[동아일보] 2007-07-11

어느 날 유료주차장에서 생긴 일입니다. 차를 세우고 나오는데 관리자가 열쇠를 맡기랍니다. “아무 차도 막질 않았는데 왜 열쇠를 맡겨야 하지요”라는 저의 질문에 관리자는 “그래도 혹시 모르니 두고 가시죠”라고 답했습니다.

열쇠를 맡기고 나오는데 새빨간 글씨의 안내판이 보였습니다.

‘주차장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에 대해 일절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헉! 늘 걱정이 많은(?) 저는 갑자기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누가 와서 내 차를 들이받고 가면 어쩌나…. 차 안의 소지품이 없어지면? 아니, 혹시 누가 내 차를 몰고 가 버릴 수도 있는데….’
안내판의 문구가 도대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디 세울 만한 다른 주차장도 없고 다른 곳도 마찬가지려니 하며 그냥 두었습니다.

한편으론 ‘어떻게 이리도 일방적으로 정할 수가 있나’, 그리고 ‘이게 바로 계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미리 만들었다는 약관의 한계 혹은 문제점이구나’ 하면서요.

생각해 보면 비슷한 유형의 약관을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음식점 입구의 ‘신발 분실 시 주인은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안내판이나 목욕탕 탈의실의 ‘모든 분실 사고에 대해서 업주는 책임이 없습니다’ 등등.

심지어 어떤 컴퓨터 프로그램에는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본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발생할 수 있는 컴퓨터의 오작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도대체 신발을 벗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식당에서 신발이 없어지면 그게 먹으러 간 사람의 책임이라니요? 적어도 신발을 관리하는 책임은 식사 서비스의 비용에 포함된 것이 아닌가요?
이렇듯 불공정한 약관의 경우에도 계약의 또 다른 당사자인 소비자에게는 방어책이 전혀 없습니다.

물론 ‘선택을 하지 않는’ 방법이 있지만 다른 주차장이나 식당 또한 사정이 마찬가지이다 보니 결국 소비자는 그 약관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런데 며칠 전 참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세미나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위와 같은 주차장 약관은 이미 불공정한 약관으로 판정돼 2005년 시정권고라는 행정명령을 받았답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어느 주차장에서나 그런 약관을 만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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