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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조국] 대학이 바로서야 나라가 산다
[경향신문] 2006-09-09

현재 한국 대학은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논문조작.표절, 연구비 횡령 등 교수의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학생들은 고시나 입사시험에 몰입하고 있고, 기초 학문을 담당하는 '비인기 학과'의 수업은 외면되고 있다. 정부의 'BK21' 사업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초 학문의 토양은 척박하고, 국내의 선두권 대학조차 세계적 차원에서는 글로벌 대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방만한 대학 조직의 구조조정, 국.공립대학의 통폐합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집중과 선택 통해 세계속으로 이 시점에 우리는 "대학은 사회에서 무슨 의미와 역할을 갖는가"라는 기본적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사회나 대학졸업장이 직업획득이나 사회적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실용적' 기능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민주국가의 헌법이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유를 규정하고, 각 나라의 정부가 대학의 발전과 육성에 전력을 쏟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에는 지식경쟁력이 그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는데, 그 힘의 생산기지는 바로 대학이다. 이 점에서 대학의 위기는 나라의 위기이다. 뻔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대학은 인간.사회.사물 등에 대한 비판적.창조적인 지적 탐구를 행하고, 이를 기초로 새로운 지식과 대안을 창출하는 학문공동체이다. 우리 대학이 처해 있는 위기는 바로 이러한 대학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극복할 수 있다.

대학교육은 진리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을 발전시키고, 기존의 사상과 가치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고무하며, 세계화된 세상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기성의 것을 해석하고 적용하기만 하는 인재가 필요한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이를 위하여 대학과 정부는 기존의 커리 큘럼을 재검토하고 전공의 벽을 넘는 새로운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공립대와 사립대, 서울소재 대학과 지방대학 등 각 대학의 특성과 기반을 고려하면서 구조조정과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선두권 대학은 국내 '서열'에 안주하지 말고 세계의 대학과 경쟁하는 글로벌 대학으로 인정받기 위해 진력을 다해야 한다. 교수 채용과 승진, 연구 지원, 학생 교육, 조직 체계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기준을 채택하면서 타성과 안이함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글로벌 수준의 예산이 없다고 불평하지 말고, 현재의 여건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글로벌 대학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가예산의 낭비를 낳을 수밖에 없는 국.공립대의 병립은 신속히 해소되어야 하고, 국.공립대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학과의 조정도 이루어져야 한다. 각 대학이나 학과의 이기주의나 연고지역의 반발을 이겨내는 뚝심이 필요하다.

기초학문 키워야 지식경쟁력 이상의 변화를 기획하면서 유의할 점은 학문 육성을 단지 시장논리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인기'가 없지만 학문의 기초가 되는 분야의 발전을 위하여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후원이 필요하다. 기초 학문의 육성 없이 응용 학문의 발전이 있을 수 없으며, 허약한 기초 학문 위에서는 글로벌 수준의 지식경쟁력이 확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방 후 짧은 시간 내에 한국 대학은 중급 이상의 표준적 지식역량을 대규모로 신속하게 배출하는 데 기여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러한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대학의 본래적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과 프로그램을 개편하여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면밀한 계획과 끈질긴 실천이 필요하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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