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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성] [시론]유엔 인권이사국에 걸맞은 활동을
동아일보 2006.5.11.



1945년 유엔이 설립된 이후 세계의 인권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왔다. 3월 유엔총회가 경제사회이사회 산하로서 해마다 한 차례 열리는 것으로 그쳤던 ‘인권위원회’를 총회 산하이면서 준(準)상설기구인 ‘인권이사회’로 승격시킨 것은 이러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진지한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한국은 9일 유엔총회가 뽑은 47개 인권이사회 이사국의 하나로 선출되었다. 우리의 달라진 국제 정치 경제적 위상으로 보아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 할당된 13개 이사국 가운데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와 일본에도 못 미치는 7위의 득표를 하는 데 그쳤다. 이는 국제인권 분야에서 우리가 수행해야 할 역할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세계 인권 차원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다시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중요한 것이 국내의 인권 상황이다. 유엔총회는 인권이사회 이사국은 국내외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정책 수립과 집행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 곳곳에는 갖가지 미해결의 인권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성적 소수자 등 인권 취약 집단의 상황은 빠른 해결을 재촉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에도 진전이 없는 데다 개발에 따른 주거권 환경권 등의 새로운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경제정책을 비롯한 여러 국가정책 수립에 인권의 시각이 반영되는 정도도 미약하기만 하다.

인권 분야의 국제적인 공헌에서도 한국은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인권 지원 프로그램이 미흡한 것은 물론이고, 한국 기업이 개발도상국에 투자를 할 때 기업활동을 돕기 위해 현지 정부가 강제 노동을 하도록 하거나 원주민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등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세계 인권 논의의 흐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지도 점검해 봐야 한다. 세계 인권 실현의 차원에서 한국의 위상은 독특하다. 한국은 개발도상국들이 겪고 있는 내전과 독재, 빈곤의 고통을 빠짐없이 체험했을 뿐만 아니라 그 고통의 터널을 빠져나와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성취해 가고 있다. 또 세계의 인권 교사(敎師)를 자임하는 유럽 국가들이 과거 식민통치의 책임을 추궁 받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도덕적 우위에 서있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각종 인권 침해에 대해 서구 국가들이 취하기 쉬운 우월 의식에서 벗어나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체험에서 우러난 폭넓은 시각을 제시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한국의 독특한 위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대립으로 정치화되기 일쑤인 유엔의 인권 논의에서 한국으로 하여금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이 중요한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남미와 아시아 국가들도 매년 각종 이슈에 대해 100여 개의 인권결의안을 제기하고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우리 정부가 주도한 결의안은 찾기 힘들다. 각 이슈에 대해 선후진국 사이의 중간자라는 우리의 입장을 치밀하게 정립하기보다는 선진국들의 태도를 지켜보고 쫓아가는 데 머물고 있다.

유엔의 각급 기구에 우리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키려는 우리 정부의 적극적 노력도 미흡해 보인다. 현재 한국은 유엔 191개 회원국 가운데 11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유엔사무국 구성 현황을 보면 한국은 분담금 대비 직원 비율이 평균 이하다. 인권위원회에서 특정 이슈에 대해 깊이 있는 조사보고를 담당하는 특별보고관직에 한국 전문가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또 젊은 세대들이 국제무대를 체험하는 기회인 유엔 각 기구의 인턴 자리에도 한국 학생의 진출은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한국은 이제 새롭게 격(格)을 높여 재출발하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시민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 새로운 활동 영역을 개척하고 넓혀 가는 데에 서두를 필요가 있다.

정진성 유엔인권정책센터 소장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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