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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한경혜] 자식 먼저 보냈다고 자책마세요


[매일경제 2005-10-19 16:32]  

◆100세까지 팔팔하게 / 한경혜교수가 본 행복 장수비결◆

장수노인 조사를 하다 보면 '잘 죽어야 할텐데'하고 걱정하는 초고령 노인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노인에게 죽음은 생의 마지막 과업으로 그 죽음을 언제, 어 떻게 맞이하느냐는 것은 개인의 일생을 얼마나 잘 정리하는지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다.

인간은 죽음을 자연의 순리에서 벗겨내 문화의 틀로 가꾸어 놓았는데 무엇이 ' 좋은 죽음'인지에 대한 생각 역시 문화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노인들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에는 '자식을 먼저 보내지 않고 죽는 것' 즉 죽음의 순서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아주 중요한 요인을 이룬다. 조사과정에서 만난 많은 노인뿐 아니라 노인을 부양하는 자녀들 역시 이러한 죽음의 순서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순서가 어긋날 것에 대해 걱정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살면서 맞는 크고 작은 생애사건이 순서적으로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시간표가 어긋났을 때 심리적 혼란과 스트레스를 경험한 다.

연구진이 만난 장수노인 중 자녀가 먼저 세상을 뜬 경우에 많은 노인이 죄책감 을 표현했는데 거기에는 '노인이 오래 살면 자녀의 기를 빼앗는다'는 오래된 속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녀의 죽음은 그 자체로 가장 고통스러운 생애사건으로 지적되는 와중에 초고 령인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사실과 '어긋난 죽음의 순서'에 대한 속설이 장수노 인들에게 자식의 죽음을 더욱 고통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심지 어는 "내가 너무 오래 살아 자식을 잡아먹었다"며 슬퍼하는 노인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죽음에는 순서가 있을 수 없고, 인간의 의지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명이 연장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긴 수명을 죄스러워하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적 해석의 틀이 짜여져야 할 것이다.

[한경혜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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