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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숙] [세상읽기] 북 인권 해법은 한반도 안에서
한겨레신문  2005. 11. 28

한정숙 서울대 교수·서양사학

  

유엔 총회에서 북쪽의 인권상황을 비판하며 개선을 권고하는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유럽연합이 제안한 이 결의안은 경제 제재를 수반하지는 않고 있으나, 북쪽은 정치적 부담으로 여길 것이다. 한국은 기권을 했는데, 이에 대해 한국 정부와 남북교류 지지자들이 북쪽의 인권문제에 눈을 감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남북교류 지지자들이 북한 인권문제에 눈을 감거나, 북한에는 인권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권문제는 보편적이다. 남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인권상황에서 완벽하지 않다. 따라서 각 나라들이 자기 성찰적 자세를 견지하며 국제사회에서 인권문제를 거론할 수는 있다.

그러나 평화적 교류를 반대하고 대립을 강화하기 위해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남과 북은 대화정책 이전까지 지겹도록 서로 비난해 왔다. 남과 북 주민들은 그 속에서 상대에 대한 증오심으로 고통받았다. 이런 상호비난이 상대방 내부 상황의 개선을 도왔던가? 오히려 체제 경직성만 강화되고 민중의 고통만 커지지 않았던가? 참고로, 옛 서독 사민당이 추진한 ‘새로운 동방정책’의 기본틀을 만들었던 에곤 바르(브란트 총리의 핵심참모)는 “동독에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새로운 동방정책의 전제가 아니라 그 결과로 기대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화와 교류로 평화분위기를 정착시킴으로써 북한 인권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남북이 오가니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모두의 인권이 개선된 것 아닌가?

유엔 인권협약에는 두 가지가 있다. A협약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것이고 B협약은 정치적 인권에 관한 것이다. 남북 교류에 따른 경제협력은 적어도 A협약에서 규정한 경제적 생존권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치적 인권에 관해서는 우리가 실상을 잘 모르므로, 실상을 알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대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한반도 평화정착에서 북의 인권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 남북이 함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남쪽은 어떨까. 우선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겠고, 진보적 시민사회도 탈북주민들에 대해 좀더 포용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 좋겠다. 경제적 이유로 북한을 떠난 주민들이 다른 나라에서 난민지위를 얻게끔 돕는 것, 남쪽에 정착한 새터민들의 경제적, 법적 지위와 새터민 여성들의 여성인권문제 등에 관심을 가지고 개선에 힘쓰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북쪽도 인권문제 거론에 대해 좀더 유연한 자세를 보였으면 한다. 유엔 결의안이 통과된 뒤 북쪽 당국이 주민들의 복지·의료를 위해 노력해온 유럽 엔지오들을 추방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사실이라면, 너무 예민한 대응 같아 보인다. 이들의 활동을 다시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북이 덜 외로워진다. 국제사회에서 더 많은 벗을 얻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남북은 적절한 절차를 밟아 북에 체류하는 남쪽 어민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이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거처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어민 가족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를 덜어주고자 노력하는 것은 인권문제의 유효한 해법 가운데 하나이다.

상충하는 이해관계 속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관한 지혜로운 해법은 평화와 공존을 지향하는 한반도인들 자신의 노력을 통해 찾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다자간 안보협약의 테두리 안에서 서로 동의하는 인권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북은 장차 이러한 길을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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