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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숙] [세상읽기] 학문사회의 자기정화를 위해
한겨레신문  2005. 12. 19

  

그동안 온 대한민국이 줄기세포 논란으로 술렁거렸다. 황우석 교수 논문에 큰 결함이 있으며,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을 철회한다는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이 허탈감에 빠졌다. 당황스럽고 마음 착잡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한 과학자가 국민적 영웅이 되고 그의 연구성과가 국민적 관심사가 된 것은 학문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론 줄기세포 복제를 통해 난치병 환자들이 쾌유될 수 있다는 것은 과학이 인간에게 안겨준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희망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생명공학 혁명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33조원의 이익이 창출된다는 이야기에는 이러한 희망과는 별개의 정치적 담론이 들어 있었다. 생명공학 발전을 최대의 업적으로 삼기로 작정한 정부의 ‘올인’ 노선에 따라, 자연과학 분야의 몇백억 연구비가 고스란히 한 연구팀에 집중되었다. 그런 한편 언론은 2002년 월드컵 축구대표팀 이래 최대의 스타를 쉴 새 없이 연구실 밖으로 불러냈다.

국민적 기대를 한몸에 안은 연구자가 빠른 시일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조바심이 무리함을 낳았다는 것은 필연이다. 이번 일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문제점이 집결된 핵심고리가 터진 것이라 보는 분도 있고, 이로 인한 심리적 공황사태까지 우려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절망의 시작이 아니라 희망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여러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황 교수 논문의 문제점을 처음으로 제보한 연구자는 집중적인 비난을 받고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거대한 학문권력에 맞서 문제를 제기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는 학계 근처에만 있어 봐도 너무나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문제를 가시화하는 데 앞장섰다. 사태는 애국주의 논쟁, 연구윤리 논쟁, 취재윤리 논쟁 등 여러 차원으로 각개 발전했지만 결국, 논문의 진실성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되었고, 제보자의 문제제기가 상당히 타당한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최종 결과는 기다려보아야겠지만, 그가 양심적 연구자로서 논쟁을 이끌어냈다는 것 자체에는 큰 가치가 있다.

반대 입장 누리꾼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끈질기게 과학적 진실의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규명하고자 한 젊은 과학자들의 역할도 소중한 것이었다. 한나 아렌트는 과학자들의 연구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사회가 알 수 없다는 것을 현대사회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는데, 이번 일은 연구자들 사이의 상호검증이 사회적 통제를 위해서도 최선의 길임을 보여준다.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의 움직임이 일고 있으니, 늦었으나마 다행이다.

아직 최종적 진실은 기다려 봐야 알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자정의 능력이 있음을 입증했다. 수백억 세금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에 의혹이 제기되었다면, 이를 밝히는 것이 당연하다.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행여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진실 규명이 과학발전을 저해하는 일은 결코 없다. 과학은 논쟁을 통해 발전한다고 한다. 황 교수가 순수 과학자로서 연구에만 몰두한다면,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이 열망하듯 난치병 환자들을 낫게 하는 연구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꼼꼼하게 그의 논문을 검토하여 결과를 밤낮으로 인터넷에 올리던 젊은 연구자들이 그 일을 해낸들 어떠리.

한정숙/서울대 교수·서양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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