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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한정숙] “욕하니까 행복하셔요?”
[한겨레 2006-02-02 19:42]    



인터넷의 욕설 댓글이 제재를 받게 되었다. 젊은 시절 방북으로 정치적 격동에 휩싸였던 임수경씨는 지난해 어린 아들의 죽음이라는 참척(慘慽)을 겪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에게 익명성 뒤에 숨어 악담과 욕설을 퍼부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은 결국 당사자의 고발에 따라 최근 조사받고 벌금까지 물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무조건 욕을 퍼붓는 ‘악플러’들은 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특히 여성 중에는 성적 모욕이 난무하는 댓글 때문에 인터넷 접근 자체를 꺼리는 이도 적지 않다.

인터넷의 욕설 댓글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누군가가 잘난 척한다거나, 실제 가치 이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될 때 특히 많은 욕설이 쏟아진다. 자부심의 근거였던 믿음이나 가치관이 갑자기 공격을 받음에 따라 자기가 졸지에 물정 모르는 사람처럼 취급받게 된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격렬하게 공격적인 글을 쓰기도 한다. 임수경씨 관련 기사에 악성 댓글을 쓴 사람 상당수가 중년 이후, 중산층 이상의 “점잖은 신사”였다. 하긴 연세든 분들 중에도 간혹 못 말리게 불량한 입담을 구사하는 분이 있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실감할 기회가 있었지만, 인터넷까지 능숙하게 쓰는 분들이 이 대열에 합류했으니 흥미롭다.

임수경씨 방북이 그들에게 해를 끼쳤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당시 그의 방식이 충격적이었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논리적으로 비판해도 될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모욕과 저주를 가한 것은 이념적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세상을 잘 알고 주도해 왔다고 자부해온 사람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억하심정의 문제인 듯하다. 그렇다고 악담을 하면 세상이 더 좋아지나?

세인들에게서 고통받기로 누구 못지 않았던 사람 중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있다. 마침 올해가 그의 탄생 250주년 되는 해여서 온갖 기념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인류 사상 최고의 음악 천재 중 하나였던 그는 주변의 몰이해와 가난, 병마에 시달리다 서른다섯 젊음에 세상을 떴다. 서른한 살의 나이에 “저에게는 죽음이 가까운 친구같이 여겨집니다”라는 슬픈 편지를 아버지에게 보낸 그였다. 세인의 무관심으로 사후에는 주검마저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남긴 마지막 오페라는 <마술피리>. 잘 알다시피 자유 평등 관용이라는 프리 메이슨단의 이상에 심취했던 작곡자의 정신을 표현한 작품이다. 밤의 여왕이 딸 파미나에게 자기를 죽이라고 칼을 건넸다는 것을 알게 된 자라스트로는 어머니를 벌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파미나를 향해 이렇게 노래한다. “이 신성한 전당에는/복수란 것이 없다오/누군가가 넘어져도/사랑의 손길이 그를 일으켜 의무로 이끄나니/그는 친구의 손을 맞잡고/ 즐겁게 기쁘게 더 나은 세계로 향한다오”

자기는 기분이 나쁘므로 누군가를 욕설로 씹어야 한다고, 그래서 욕설을 들은 상대는 반드시 불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 같으면, 견딜 수 없는 고난 속에서도 무심하고 다소 생뚱맞은 표정으로 세상을 건네 보며 끊임없이 드맑은 천상의 음악을 만들어냈던 저 천재 음악가의 음악을 들어보십시오. 혹은 존 레넌의 <이매진>도 좋지요. 아니 설도 방금 쇠었고 하니 조용필의 절창 <한오백년>을 노래방에서 따라 부르거나, 이루마의 조용한 음악에 심취해 본들 그 아니 좋겠습니까. 그 편이 혼자 컴퓨터 앞에 쭈그리고 앉아 누군가를 향해 저주의 욕설을 퍼붓는 것보다 그대를 훨씬 더 행복하게 만들 것입니다.

한정숙/서울대 교수·서양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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